장파 개인전 《눈 없는 밤 The Night without Eyes》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눈, 이빨, 머리카락, 핏줄 등이 세포질에 떠다니듯 표현한 에칭 작업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작업은 마치 세포들이 분화하여 형체를 만들어 낸 것 같이 다채롭고 생경한 몸을 보여준다. 한편 넓게 트인 전시장의 앞쪽에 자리한 회화 작업 〈눈 없는 밤 The Night without Eyes〉 시리즈(2023)에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얼굴은 얇은 가면처럼 보이는데,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하얗게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느슨한 선들이 나선형으로 떠돌며 화면에 검은 구멍을 만들어 낸다. 이 검은 구멍은 가면을 지우고 감춰진 맨얼굴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얼굴을 해체하고 거죽을 벗긴 얼굴을 보여주려 하는 것일까?
인간은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맨얼굴을 감추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다. 〈눈 없는 밤〉 시리즈는 가면과 얼굴의 관계를 그린다. 그림 속 검은 구멍은 마치 낄낄거리는 웃음, 밀려오는 분노, 뜨거운 욕망, 깊은 슬픔과 같이 참고 있던 감정이 가면 밖으로 새어 나올 수 있게 하는 통로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은 가면과 얼굴의 틈을 보게 함으로써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 되묻는다. 장파는 오래전부터 규범적 삶의 표정을 걷어 낸 인간의 초상을, 특히 여성의 맨얼굴을 그리고자 지속해서 준비해 왔다.
장파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첫째, 회화의 영역에서 근대적 시각 개념 비판 이후 확장된 시각성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규범적 형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속에 내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대안적 형식을 만들어 내고자 하였다. 개인전 《세계의 끝 The End of the World》(2011)와 《어제까지의 세계 The World until Yesterday》(2013)에서 이를 집요하게 탐구했으며, 이어지는 작업의 표현기법을 통해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둘째, 여성의 형상을 그리는 것으로 《Fluid Neon》(2016), 《Lady-X》(2015), 《Brutal Skins》(2018), 〈Studies of Baubo〉 시리즈(2019-)에서 여성의 몸, 얼굴, 장기를 그려왔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아카이빙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집된 이미지 자료를 재해석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여성/형상 Women/Figure》(2020), 《플랫 홀 Flat Hole》(2022), 〈할망: 태초 Halmang: The Beginning〉(2023)에서 볼 수 있다.*
이 글은 모더니즘 시각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더불어 여성의 재현이 실패해 왔음을 추적한 장파의 초기 작업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그가 젠더 규범의 작동 방식에서 벗어난 윤리적 주체를 그리고자 했음을 밝힌다. 또한, 장파가 색을 통해 여성적 숭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였으며, 전통적인 숭고 개념에 대한 여성주의적 반론에 머물지 않음을 주목한다. 궁극적으로 정신성과 물질성을 가로지르는 색의 힘을 빌려 감각적 앎의 세계를 조망하면서 우리 안의 타자를 발견하고자 한 작가의 세심한 노력을 따라가 볼 것이다.
향락의 삼각형 Jouissance Triangle
〈세계의 끝 The End of the World〉 시리즈(2011)에서는 일 점 투시 원근법으로 표현된 육면체 내부 공간이 등장한다. 화면의 네 모서리가 수렴하는 소실점은 검은 사각형으로 가려져 있고 바닥 한 가운데 위치한 검은 구멍에서는 액체가 뿜어 나오고 있다. 그림 속 육면체의 공간이 원근법 자체를 은유한다면, 소실점을 가리는 검은 사각형과 구멍은 원근법적 체계를 위협하는 상징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원근법에서 시각 행위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명확히 설정된 상황에서 주체가 대상의 위치를 수학적으로 파악하고 망막에 재배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원근법은 수학적 공간과 움직이지 않는 하나의 눈으로 보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시각은 육체를 가진 특정 개인의 눈이 아닌 정신의 눈이다. 장파는 그림에서 소실점이 있어야 할 곳을 검은 사각형으로 가림으로써 주체의 시선이 파악할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환기한다. 다시 말해 탈 육체의 시각에서 벗어나 주관적, 육체적 시각을 의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타인의 응시를 상정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데카르트식의 나르시시즘적 주체에서 벗어나 분열된 주체 그 자체를 바라보게 한다.
장파가 〈세계의 끝 The End of the World〉 시리즈를 그릴 때 구멍을 칠할 적절한 검은색을 찾고 있었다. 그는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게 할 검은 물감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검은색의 광택이 과하면 화면 밖 공간을 반사하며 보는 이의 모습을 드리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구멍의 실재감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구멍의 깊이감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면 보는 이에게 구멍의 끝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장파가 ‘실재’의 구멍이자 실재를 반사하는 ‘불가능’의 거울로서 검은 구멍을 그리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검은 구멍이 때로 사각형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그림 그 자체를 암시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이란 우리에게 분열된 응시를 만나게 하는 자명한 사실을 그의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불가능한 검은 구멍은 장파의 작업에서 응시의 대상이 되어 왔던 ‘여성’, 구체적으로 여성 성기를 가리키는 기호로 작동해 왔다. 〈세계의 끝〉 이후 〈Lady X〉 시리즈(2015), 〈Flat Hole〉 시리즈(2022)에 보이는 여성의 신체와 여성 성기는 검은 구멍이 변주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파도 이를 종종 언급하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작업에서 이성적 ‘앎’의 상징이자 기호인 삼각형으로 예수의 상처를 가려 버린 〈Faithful Façade〉(2013)는 검은 구멍의 의미를 근대적 시각 체계의 바깥에 대한 상상으로 확장한다. 익히 알려진바 근대적 시각 체계를 정립한 데카르트는 이성 개념을 구축하기 위해서 수학-광학적 도식론에 기반해 시각에 대한 관점을 정교화했다. 데카르트의 내러티브에서 이성은 외적 감각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를 능동적으로 통제하는 것으로 규정됨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이성에 의한 시각의 전유를 통해서 근대 세계에서 시각은 비로소 외부 세계와 철저히 분리된 ‘순수하게 정신적인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장파는 도마가 예수의 부활을 믿기 위해 손가락을 넣어 확인하는 상처인 구멍을 삼각형이 가리도록 배치함으로써 이성적 시각이 지니는 외설적 성격을 지적한다. 검열되었으나 삭제되지 않고, 가려진 존재 그 자체로 보이게끔 강조하는 ‘가리기’는 이성 바깥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이를 느끼려고 손가락을 집어넣듯 응시하는 근대적 시각의 관음성을 드러낸다. 장파의 작업에서 ‘삼각형’은 이성적 앎의 표상인 동시에 ‘외설적인 틈’으로 작용한다. 한편, 이 외설적인 틈인 검은 구멍은 “기원과 원리가 자리한다고 믿어졌던 중심이 알고 보니 텅 빈 구멍임을, 이를테면 근대적 시각 체계가 내포한 맹점(blind spot)을 상징하기도 한다.”검은 구멍이 텅 비었다는, ‘진리 또는 여성’이 있어야 하는 시선의 끝이 애초부터 상상에 불과한 자리였다는 폭로가 위협적인 이유는 그들의 존재를 가정하고 구축된 근대적 시각성의 양면인 이성적 인식과 남성적 응시라는 견고한 체계가 순간 공허하게 무너지고 작동을 멈추기 때문일 것이다.
점액질의 힘 The Power of Slime
“‘맹점’에 대한 관심은 여러 형태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때로는 ‘검은 구멍’으로, 때로는 여성의 성기 은유 등으로 상징화하며 근대적 시각 체계가 흡수하지 못한 채 배제된 영역, 특히 남성적 응시의 여집합적 가능성을 다룬다.”
장파 작가 노트(2017)에서 발췌
전통적인 서구철학의 이분법은 남성과 여성을 서로 배타적으로 구분해 왔다. 이분법을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은 서로 대조되는 두 항이 아니라 ‘A’와 ‘A가 아닌 것’이라는 모순되는 두 항으로 구분된다. 오직 남성만이 기준점이며, ‘남성이 아닌 것’인 여성은 남성의 결여로 정의된다. 남성이 견고하게 경계 지어진 데 반해 여성은 온갖 잡동사니의 혼란스러운 집합이자 순수함을 더럽히는 오염물로 간주해왔다. 따라서 이분법의 영속화, 오염물의 침범으로부터 A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A의 바깥은 지속해서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했던 것이다.***
“마치 변기의 물이 내려가면서 그곳에 있었던 배설물은 사라지지만, 궁극의 공포는 변기 물이 내려가지 않아 잔존물이 다시 돌아오는 것인 것처럼, 〈세계의 끝〉에서 고인 물이 분출되는 것은 육면체 내부를 응시하는 시선에 대한 반격인 동시에 공포 그 자체를 재현한다. 검은 구멍은 여성의 눈이자, 성기, 그리고 입이기 때문이다. 급작스럽게 뿜어내는 물줄기는 마치 침묵 끝에 내지르는 비명과 같다. 동시에 여성의 오르가슴 같기도 한 이 물줄기는 남성적 응시를 잠식하는 전복적 행위에 도달하고자 한다.”
장파 작가 노트(2017)에서 발췌
검은 구멍이 분출하는 것은 정신, 이성, 주체, 능동성과 같이 남성 중심적 가치의 여집합이다. 이들의 범람은 세계를 통제하려는 남성적 응시를 잠식한다. 정의되지 않은 무한으로서 여집합은 이후 〈Lady-X〉 시리즈(2015), 〈Fluid Neon〉 시리즈(2016), 〈Brutal Skins〉 시리즈(2017-2018)에서 ‘낯선 여성 형상’으로 나타난다. 생리혈, 분비물, 피와 같은 체액으로 뒤엉킨 여체의 뚫린 곳에서 내장이 기어 나오고, 창자, 입, 눈, 신경다발 등의 신체의 부분은 육체를 이탈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림에서 ‘비체abject’라 할 수 있는, 끈적이는 액체와 물컹한 고체로 묘사되는 몸은 보는 이에게 역겨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단지 고전적 여성미를 감상하고자 했던 관람자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육체의 물질성을 과격하게 내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 가장 신체적인 정서인 역겨움은 몸의 감각을 활성화한다.
장파는 종종 자신의 그림이 남들에게는 낯설고 자극적일 수 있지만 본인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러한 소재를 다루며 폭로의 효과를 기대하거나 작가 본인의 외상을 극복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몸에서 끌어낼 수 있는, 언어와 비언어 사이 어디쯤 있는 다채로운 감각을 그리는 것에 매료되어 있어 보인다. 흔히 여성의 신체를 그로테스크하게 다룬 작업은 작가의 개인적 삶의 경험과 트라우마에 한정되어 읽히기 쉽다. 장파 작업 또한 자전적 성격을 지니지만 그보다 그의 작업 세계를 형성하는 회화적 장치에 주목하고자 한다.
2019년부터 작업하고 있는 〈Studies of Baubo〉 시리즈에서 신체 내부의 조직은 눈, 입, 이빨 등과 함께 뒤엉켜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목탄의 맛이 살아있는 시리즈는 강렬하고 빠른 선의 표현 덕분에 한쪽으로 휩쓸렸다 터져 나오는 흐름이 느껴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그림은 부드러운 명암 표현으로 형상의 입체감을 드러내기보다는 그릴 때 생겨나는 선의 질감을 그대로 남겨둔다. 면보다 선을 선호하는 그리기 방식은 화면을 평평하게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한다. 화가의 제스쳐가 느껴지는 선은 그림이 그려지는 화면 밖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어 그림이 재현하는 세계의 가상성을 눈치채게 하고, 그림 표면의 물리적 평면성 드러낸다. 평면성은 그림 밖의 시선을 개입시킴으로써 주체의 순수한 시각성이 은폐한 눈의 촉지적 기능을 활성화한다. 장파는 그림의 물리적 표면을 시선이 분열하는 지점으로 설정하고, 그림의 표면에 여성의 형상을 안착시킴으로써 감각적 실재감을 지닌 존재로 바꾸어 놓는다.
〈Lady-X〉 시리즈부터 장파는 화면의 깊이를 제거하고 캔버스와 물감의 물질성을 강조하며 여성의 형상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유채 물감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작업인 〈Lady-X〉 시리즈, 〈Fluid Neon〉 시리즈, 〈Brutal Skins〉 시리즈에서 보이는 여성의 몸은 캔버스의 표면에서 미끄러지고 흘러내리고 뒤얽혀 묘사된다. 여기서 작가의 그리기는 신체 기관의 미끄덩거리는 느낌을 물감의 질감으로 치환하는 행위로 보인다. 그는 “체액의 질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물감이 가진 색을 비물질적인 감각이 아닌 안료의 물질적인 특징으로 감각화하고자 한다. 체액의 점도와 유사한 모든 질감 표현이 여성의 육체성에 덧씌워진 부정성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육체성을 기반으로 회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감각적 특질을 탐색하고자 하였다.”(장파 작가노트 (2017)에서 발췌)라고 말한다. 또한, 장파는 물감의 질감과 분리하여 색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색을 통해 ‘여성적 숭고’라는 미적 가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하였다.
“회화에서 색채가 유발하는 숭고의 감정 역시 젠더화되어 있으며, 색채는 물리적 요소를 추월하여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관조의 미학으로 귀결된다.…(중략)…정신과 육체의 분리라는 전통적인 이원론적 사고로 색채를 ‘지각’하여 숭고를 체험하는 것이 아닌, 신체와 정신이 조응하는 형식으로서 색채를 ‘감각’해야 느끼는 희열을 통해 색채가 주는 숭고의 감정을 다시금 바라보고자 한다. 상징계적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성의 경험과 감각을 색채가 지닌 정서를 통하여 새로운 미적 범주를 확장할 수 있는 탐구의 재료로 삼고자 하였다.”
장파 작가 노트(2017)에서 발췌
이처럼 색채를 통해 여성성의 비체적 질감을 극대화하며 ‘여성적 숭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장파의 회화는 숭고 미학의 남성 중심성에 대한 여성주의적 반론이기도 하다.
장파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피, 생리혈, 배설물, 내장은 인격의 지표로 선택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노출이 꺼려지는 육체의 가려진 측면이다. 이처럼 점액질의 상태로 체외로 새어 나가는 체액은 언어적으로 범주화되기 어렵다. 그의 작업에서 체액이 지니는 부정적 타자성을 다루는 방식은 여성적 숭고의 감각과 연결된다. 무질서를 지배하고 통제함으로써 자기 동일성을 되찾고 불쾌를 쾌로 승화시키는 것이 남성적 숭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적 숭고는 불쾌의 감정을 극복하지 않고 지속시키며 차이를 느끼는 과정에서 불쾌와 쾌의 경계를 와해한다. 촉감을 지각의 과정에 개입시키는 장파의 회화는 체액의 타자성을 대면했을 때 생겨나는 감정을 단번에 불쾌감으로 규정할 수 없도록 한다. 이는 촉각적 지각이 시각에 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촉감에 대한 범주나 미적판단이 뚜렷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체액의 감각을 물감의 다채로운 색과 질감에 등치시키는 장파의 그리기는 이질적 감각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존하고 긍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장파의 회화에서 물질적 실재감을 극대화하는 평평한 화면은 그려진 신체를 바라보는 동시에 비체적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촉지적 평면 위에 구현된 감각은 감상자로 하여금 타자성과 함께 머물며 변화하는 계기를 만든다. 이렇게 ‘타자-되기’를 행하는 주체는 존재론적으로 거듭난다. 감응하는 주체는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근대적 시각의 주체와는 다르게 기존의 개체성을 포기하며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인다. 이처럼 회화의 촉지적 평면성은 단지 무능한 물질적 조건이 아니라 근대적 시각 체계의 관념성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페미니즘 예술가들은 이분법적 가치체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미적 범주로서 숭고 개념을 검토하며 여성의 몸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파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여성의 몸을 탐구해 왔지만, 답습하지 않고자 했다. 페미니즘 미학에서 여성적 숭고를 여성의 신체와 물질성으로 국한하며 ‘여성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신체를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고, 체액과 생리혈이 불러일으키는 부정적 감정에 긍정성을 불어넣고자 했던 그의 회화는 종종 본질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파의 지향점은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주의적/반본질주의적 맥락을 조망함과 동시에 ‘여성적 숭고’를 회화적 언어로 새롭게 재활성화하는 것이다.
숭고의 텍스처 The Texture of Sublime
장파는 2011년부터 고대 여성 조각상부터 미술사에 등장하는 명화, 대중매체를 통해 각인된 여성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들을 (재)배열/배치하는 것을 통해 여성의 형상에 기입된 ‘여성 혐오’ 맥락을 추적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 작업은 여성의 형상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의해 결정되고 그 이미지들이 다시금 여성을 그렇게 바라보도록 지시함으로써 젠더화된 시각이 자연화되는 과정을 밝힌다. 또한 이는 여성의 형상이 역사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가 여성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또 변화시켜 나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아카이브의 방법론을 적용한 작업인 〈Women/Figure〉 시리즈(2020) 및 〈Flat Hole〉 시리즈(2022)의 연장선인 〈할망〉 연작(2023-)은 단군 신화 이전 우리나라의 여성 창세 신화 ‘마고 할미’, 구체적으로 제주도의 설문대 할망 설화를 주제로 하였다. 장파는 희화화된 설문대 할망의 이미지가 아닌 할미 설화로 퇴락하기 이전 창조신의 모습을 통해 젠더적 규범 밖에 있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할망〉 연작은 제주도의 풍경과 신체적으로 연결된 할망이라는 신화적 인물의 형상을 표현하는 방식과 더불어 정신성과 물질성을 동시에 담보한 색의 특성이 여성적 주체를 발생시키는 회화적 장치로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이분법으로 회귀하는 여성적 숭고의 한계를 넘어서 이를 갱신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할망: 태초〉 (2023)는 나란히 맞붙은 캔버스에 할망의 모습을 그린 작업이다. 각각의 캔버스에 할망이 대칭으로 그려져 마치 한쪽이 실제 인물이고 다른 쪽은 거울에 반사된 반영처럼 보인다. 왼쪽은 그림은 화려하게 채색되었고 오른쪽 그림은 주로 회색 계열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왼쪽 인물이 실제라면 오른쪽 인물은 색을 지운 반영이며, 오른쪽 인물이 실제라면 왼쪽 인물은 색을 입힌 반영으로 보일 수 있다. 양쪽 그림이 뒤집혀 복제된 듯 거의 동일한 구도로 그려져 있기에 관객은 두 그림을 한 장면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똑같아 보이는 두 그림에서 다른 점을 찾으려 양쪽을 번갈아 주시하게 된다. 좌우를 왕복해서 움직이는 시선의 진자운동 속에서 ‘색’이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한다. 색은 존재를 알리는 신호처럼 깜박거리며 손으로 움켜잡아 고정할 수 없는 진동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장파는 종종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이야기한다. 색은 빛의 특정한 파장이므로 색이 곧 빛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물감의 ‘색’은 전통적으로 계몽, 이성, 정신을 은유해 왔던 비물질적인 빛과는 다른 ‘빛’을 의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색은 만질 수 있는 물감 자체이고, 그리는 행위는 물감이라는 색의 반죽을 형상으로 빚어내는 과정이기에 화가에게 색은 빛인 동시에 물질이다. 화가가 물감을 캔버스에 바를 때,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장이 되는 양자적 순간의 꿈틀거림과 찬란함을 매일 같이 경험한다. 여성의 몸을 표현한 장파의 이전 작업에서처럼 〈할망: 태초〉에서도 그의 신체는 뭉글거리는 물감 자체로 드러난다. 장파는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잘 섞지 않는다. 하나의 색으로 칠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접한 부분에 다른 색의 물감을 칠하며 형상을 그려 나간다. 또한,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이 접하는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하지 않고 물감의 물성을 그대로 남기기 때문에 그림에서 형상은 마치 색 주머니들이 바글거리며 모여 있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물감의 역능을 존중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장파의 그리기 방식은 그림에서 색을 ‘비물질적인 빛’이 아니라 ‘물질적인 빛’으로 느껴지게 한다. 아름다운 색 덩어리들은 할망의 세포, 근육, 장기, 팔, 다리, 머리, 손, 눈알, 이빨, 웃음, 표정이 된다. 할망의 발끝으로 모여든 세포나 미생물 같은 생명체들이 자양분이 되어 그를 나무처럼 솟아오르게 하는 것 같다.
장파가 새롭게 엮어 가는 회화에서 구현하는 ‘물질적인 빛’은 비천한 감각으로 취급되었던 촉각과 시각을 교호交好하게 한다. 그의 회화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메스꺼움, 소름 끼침, 두근거림, 흥분됨과 같이 내장과 피부가 전율하며 깨어나는 몸의 감각이 시각과 촉각 중 어디에서 촉발된 것인지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시각은 더 이상 촉각, 미각, 후각 등 신체와 관련된 감각과 분리된 ‘순수하게 정신적’인 감각이 아니다. 다시금 촉각과 결합한 시각을 통해 〈할망:태초〉를 바라보면 오른쪽 그림에서 ‘색’이 점멸할 때 회색 물감이 지닌 ‘촉감’이 생생하게 점등되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 작업은 시각과 촉각을 교차시키며 밝음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과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을 느끼기를 요청한다. 근대적 시각성을 비틀며 육체적 감각인 촉각성을 결합시키는 장파의 회화는 불투명하다. 그의 회화는 멀리서 안전하게 바라보려는 이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핏빛 내장과 현란한 색채로 표현된 여성 괴물만 보일 수 있다. 익숙지 않은 감각의 향유 속에서 그림에 대한 객관적인 앎을 한없이 지연되겠지만 그것을 보는 동안 불투명한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그의 작업은 그럴듯한 윤리로 설득하지 않으며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바탕으로 윤리를 끌어낸다.
“나는 장파가 걷어차 버린 것이 적당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매끈한 윤리학이라고 생각한다. 그 윤리학은 오히려 비윤리이다. 장파는 비윤리를 갈고, 부수고, 차근히 녹여 작품에 던져넣었다. 그 과정은 울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는 그래서 장파의 작품이 슬프다.”****
장파는 여성의 윤리적 재현에 대하여 고민해 왔다. 수집한 이미지로 여성 재현의 맥락을 추적하는 작업은 사회 문화 전반에 뿌리내린 편향성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아상블라주의 형식, 즉 아카이브 이미지와 회화적 표현이 한 화면에 어우러지게 배치하는데, 이러한 구성은 문화인류학적 정보의 습득으로 파악하기 힘든 감각적 앎에 다가가게 한다.
여성의 비체성을 드러내되 혐오스러운 신체성으로 한정하지 않는 장파의 그리기는 타인의 고통을 작가의 해석으로 덮어버리거나 대상화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Mama> 시리즈(2023)의 경우 선홍빛 내장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유쾌함과 발랄함이 느껴지는 표현으로 인해 소재가 불러내는 역겨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비체적 정서로만 내장을 묘사하기보다는 익살스럽고 유희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실소를 자아낸다. 어떤 면에서 진지함과 고통의 맞은편에 자리한 듯한 장파의 유희적 그리기는 보편적 규범 및 윤리관으로 바라보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규범성에 기대어 판단하지 않을 때 타자의 생경함에 웃을 수 있다. 이때 터져 나오는 웃음은 하찮음과 숭고함 사이에 타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낸다.
그려본 이는 알겠지만,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은 그 욕망이 내포한 폭력성을 자각하며 분열한다. 장파 역시 재현의 폭력을 경계하며 타자를 그리는 순간 발생하는 감정의 균열을 민감하게 감지한다. 장파는 타자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욕망을 걷어내고 오히려 재현 불가능성을 드러내며, 타자의 현존을 자각하게 만드는 그리기의 방식을 궁리한다. 상징, 은유, 알레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여성-타자를 재현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게 하지만, 이는 눈가림일 뿐이며 결국 완벽히 재현할 수 없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화법이 재현의 폭력에 저항하는 장파의 윤리적 그리기의 태도다. 그의 작업은 회화가 일깨우는 감각적 앎을 통해 타자의 존엄을 지켜 내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향해 나아갈 용기와 권리를 쥐여준다.
*개인전은 겹 화살괄호 ‘《》’로’ 시리즈는 홑 화살괄호 ‘〈〉’로 나타내었다.
** 데이비드 마이클 레빈, “데카르트 철학에서 시각, 재현, 그리고 기술,”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니』, 정성철, 백문임 공역, 시각과언어, 2004, pp. 107-136.
***Nancy Jay, “Gender and Dichotomy,” Feminist Studies 7, no. 1, 1981, pp. 38-50.
****이선미, 2019년 장파와 주고받은 글에서 발췌. 이선미는 철학과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장파의 첫 번째 개인전 <식물들의 밀실> 서문 및 세 번째 개인전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인터뷰 글을 썼으며, 장파가 펴낸 책 <화가의 말>(2021, 스틸이미지)의 공동 편집을 맡았다. 오랜 시간 장파의 작업을 지켜본 동료이자 큐레이터다.
Ethics of Monsters
When entering Jang Pa’s solo exhibition The Night without Eyes, the first thing you encounter is etching works that portray eyes, teeth, hair, blood vessels, and more, as if they are floating in the cellular structure. The following works show diverse and unfamiliar bodies, as if the cells have divided to form shapes. In the painting series The Night without Eyes (2023) positioned in the front of the wide open gallery halls, faces that fill the canvas look like thin masks, because the place where the eyes should be is white and empty. Loose lines meander in a spiral, creating black holes on the canvas. These black holes seem to be trying to erase the masks and reveal the bare, hidden faces. Why does the artist dismantle the face and seek to unveil the face with its skin stripped off?
People are social beings who live wearing a mask and conceal their bare faces that would otherwise reveal human nature as it is. The Night without Eyes Series visualizes the relationship between masks and faces. The black holes in the paintings seem like vents through which suppressed emotions such as giggle, surging anger, intense desires, and deep sadness can leak from the mask. Jang pa’s work asks what humanity is by making us see the gap between masks and faces. She has long been preparing to depict portraits of humans that have shed the look of normative life, particularly the bare faces of women.
Jang Pa’s work can be broadly categorized into three directions. Firstly, within the realm of painting, she critically analyzes the normative forms that persist in expanded visuality after the critique of the modern theories of vision. Simultaneously, she seeks to expose the inherent violence within these forms while creating alternative forms. This was persistently explored in the solo exhibitions The End of the World (2011) and The World Until Yesterday (2013), and continues to be studied through the expression methods of subsequent works. Secondly, she focuses on portraying the female figures, depicting women’s bodies, faces, and organs in the solo exhibitions Fluid Neon (2016), Lady-X (2015), and Brutal Skins (2017-2018), and Studies of Baubo Series (2019-). Lastly, Jang Pa collects images of women and creates works that reinterpret the collected materials, actively utilizing archival methodologies. This approach is found in the solo exhibitions Women/Figure (2020) and Flat Hole (2022), and Halmang: The Beginning (2023).
This article examines Jang Pa’s early works, which traces the failure of representation of women along with her critical perspective on modernist ocularcentrism. Through this, it reveals that she attempted to visualize an ethical subject that deviates from the gender norms. It is noted that Jang Pa attempts to explore the possibility of the feminine sublime through color, not confining herself to feminist critiques of the traditional concept of the sublime. Ultimately, the article follows the artist’s meticulous efforts to discover the other within us while looking at the world of sensuous knowledge by borrowing from the power of color that traverses spirituality and materiality.
Jouissance Triangle
In The End of the World Series (2011) appears an interior space of a cube depicted using one-point perspective. The vanishing point where the four corners converge in the picture plane is covered by a black square, and from the black hole at the middle of the floor, liquid is spouting. If the six-sided space in the painting is a metaphor for perspective itself, the black square covering the vanishing point and the hole may symbolize a threat to the perspective system. As is well known, the act of seeing in perspective can be said to be the subject’s mathematically grasping the position of the object and rearrangement it on the retina in a situation where the viewing subject and the visible object are clearly established. In other words, perspective presupposes mathematical space and seeing with a single, unmoving eye. Here, Vision is the eye of the mind, not the eye of a specific individual with a physical body. By covering the place where the vanishing point should be in the painting with a black square, Jang Pa reminds us that there is a point that the subject’s gaze cannot grasp. To put it differently, it makes one conscious of the subjective, physical vision away from the disembodied vision. And it allows us to move beyond the Cartesian narcissistic subject that only looks without assuming the gaze of others and to look at the split subject itself.
When Jang Pa worked on The End of the World Series, she was looking for an appropriate black color to paint the holes. She said it was difficult to find black paint that would not give a sense of depth and would not make it look too flat. Excessive glossiness in black paint could reflect the space outside the canvas and cast a shadow of the viewer on it, which interferes with feeling the reality of the holes. Moreover, a realistic depiction of the depth of the holes could evoke a desire in the viewer to check the end of the holes. Most importantly, Jang Pa tried to portray the black hole as both a hole in ‘the Real’ and a mirror of ‘impossibility’ that reflects the Real. And it could be said that the black holes imply the painting itself in that it is sometimes represented as squares. Through her works, we can confirm the undeniable fact that painting leads us to encounter the split gaze.
Furthermore, the impossible black hole in Jang Pa’s work has functioned as a symbol referring to the ‘woman’, specifically the female genitalia, which has been the object of gaze. In the series following The End of the World Series, such as Lady-X (2015) and Flat Hole (2022), the female body and genitalia can be seen as variations of the black hole. Jang Pa also often mentions this, and interestingly, in Faithful Façade (2013), where the Jesus’ wound is covered with a triangle, which is a symbol and sign of rational ‘knowledge’ in her work, the meaning of the black hole extends to the imagination of the outside of the modern visual system. As is well known, Descartes, who established the modern visual system, elaborated his perspective on vision based on his optical-mathematical scheme to construct the concept of reason. In Descartes’ narrative, it can be seen that reason is not formed by external senses, but is defined as actively controlling the outside world. In this way, through the appropriation of vision by reason, vision in the modern world can finally establish itself as a ‘purely mental’ that is completely separated from the outside world.*
Jang Pa points out the obscene nature of rational vision by placing a triangle to cover the hole, which is the wound that Thomas inserts his finger into to believe in the resurrection of Jesus. ‘Covering’, which emphasizes the appearance of being, censored but not deleted, and as a hidden entity in itself, reveals the voyeuristic nature of the modern vision, which denies the existence outside of reason but gazes at it as if inserting a finger to feel it. In Jang Pa’s work, the ‘triangle’ serves as a symbol of rational knowledge and at the same time as an ‘obscene crack.’ On the other hand, the black hole, which is an obscene crack, “symbolizes the blind spot inherent in the modern visual system, as the center where origin and principle was believed to reside turns out to be an empty hole.”** The revelation that the black hole is empty, that the end of the gaze where ‘truth or woman’ should be was only an imagination from the beginning, is threatening because the solid system of rational perception and the masculine gaze, which are two sides of modern visuality built on the assumption of their existence, momentarily collapses into nothingness and stops working.
The Power of Slime
“Interest in ‘blind spots’ appears repeatedly in various forms. Sometimes symbolized as ‘black holes,’ and sometimes as a metaphor of the female genitalia, it deals with excluded areas that the modern visual system has not been able to absorb, especially the possibility of the complementary set of the male gaze.”
Excerpt from Jang Pa’s note (2017)
The dichotomy of traditional Western philosophy has distinguished between men and women exclusively from each other. Looking at the dichotomy, men and women are not divided into two contrasting terms, but are divided into two contradictory terms, ‘A’ and ‘Not-A’. Only men are the reference point, and women who are ‘not men’ are defined as the lack of men. While men are firmly bound, women have been regarded as a chaotic collection of all sorts of miscellaneous things and contaminants that taint purity. Consequently, in order to perpetuate the dichotomy and maintain the purity of A from the intrusion of contaminants, the outside of A had to be continuously controlled and managed.***
“Just as the toilet flushes and the excrement there disappears, but the ultimate fear is that the toilet does not flush and the residue comes back, the gush of the stagnant water in The End of the World is a counterattack against the gaze into the cube and at the same time represents the fear itself. This is because the black holes are the women’s eyes, genitalia, and mouths. The sudden spurt of water is like a scream at the end of silence. Simultaneously resembling a woman’s orgasm, this stream of water seeks to reach a subversive act, eroding the male gaze.”
Excerpt from Jang Pa’s note (2017)
What erupts from the black hole is the complementary set of male-centered values such as mind, reason, subject, and activity. Their overflow erodes the male gaze that seeks to control the world. As an undefined infinity, the complementary set later appears as ‘unfamiliar female figures’ in Lady-X Series (2015), Fluid Neon Series (2016), and Brutal Skins Series (2017-2018). Internal organs crawl out from openings in the female bodies, which are entangled with body fluids like menstrual blood, secretions, and blood. And parts of the bodies such as intestines, mouths, eyes, and nerve bundles exist independently, detached from the bodies. In the paintings, the bodies depicted as ‘abject’, a viscous liquid and a squishy solid, sometimes causes disgust in the viewer. Her work does not stop at simply destroying the viewer’s expectations of appreciating classical feminine beauty and radically displaying the materiality of the body. Moreover, disgust, the most visceral emotion, activates the senses of the body.
Jang Pa often says that her paintings may be unfamiliar and provocative to others, but she does not feel that way. Dealing with such subject matter, she is not expecting the revelatory effect or attempting to overcome personal traumas. Rather, she seems fascinated by capturing the colorful sensations somewhere between language and non-language that can be drawn from the body. Often, works that treat women’s bodies in a grotesque way can easily be read as limited to the artist’s personal life experiences and traumas. Jang Pa’s work also has an autobiographical character, but the method of painting that forms the world of her work will be the focal point.
In Studies of Baubo Series, which she has been working on since 2019, the inside parts of the body are depicted as intertwined with the eyes, mouths, and teeth. The series, where the quality of charcoal stands out, creates a unique atmosphere with a sense of flow that sweeps to one side and bursts out due to the intense and swift expression of lines. Rather than revealing the three-dimensionality of shapes through smooth shading, her paintings leave the texture of lines created when drawing. The drawing method that favors lines over faces helps make the picture plane look flat. The lines that convey the artist’s gesture make us imagine the situation outside the plane where the drawing is made, which allows us to be aware of the virtuality of the represented world, and reveals the physical flatness of the picture surface. By involving the gaze outside the picture, flatness activates the haptic function of the eye concealed by the subject’s pure visuality. Jang Pa sets the physical surface of drawing as a point where the gaze splits, and by placing female figures on it, she transforms them into a being with a sense of sensuous presence.
From Lady-X Series, Jang Pa began painting female figures, removing the depth of the picture plane and emphasizing the materiality of canvas and paint. In Lady-X Series, Fluid Neon Series, and Brutal Skins Series, works that actively reveal the physical properties of oil paint, the female bodies are depicted slipping, flowing, and entangled on the surface of the canvas. As can be seen, the artist’s painting appears as an act of replacing the slipperiness of body organs with the texture of paint. She said, “I want to express the texture of body fluids and at the same time sensitize the color of the paint as the material characteristics of pigments rather than immaterial senses. Although not all textural expressions similar to the viscosity of body fluids relate to the negativity overlaid on women’s physicality, I wanted to explore the sensory qualities that can be visualized in paintings based on women’s physicality.” **** In addition, Jang Pa said that it was difficult to explain color separate from the texture of the paint, and attempted to examine new possibilities of the aesthetic value of the ‘feminine sublime’ through color.
“The feelings of the sublime evoked by color in painting are also gendered, and color overtakes physical elements and results in the contemplative aesthetic that pursues the abstract and spiritual… Rather than experiencing the sublime by ‘perceiving’ color through the traditional dualistic thinking of separation of mind and body, I would like to look at the sublimity that color gives through the joy of feeling the color as a form where body and mind coordinate. I tried to use as material women’s experiences and senses, which cannot be expressed in the language of the Symbolic, for exploration that could expand new aesthetic categories through the emotions of color.”
Excerpt from Jang Pa’s note (2017)
As such, Jang Pa’s paintings, which explore new possibilities of the ‘feminine sublime’ by maximizing the abjective texture of femininity through color, are also a feminist counterargument to the male centrality of sublime aesthetics.
Blood, menstrual blood, excrement, and internal organs that appear in Jang Pa’s paintings are not chosen as indicators of personality, and are hidden aspects of the body that are socially reluctant to be exposed. In this way, body fluids that leak out of the body in a mucus state are difficult to categorize in language. The way she deals with the negative otherness of body fluids in her work is connected to the feminine sublimity. It can be said that the male sublime is to regain the autonomy of the subject and transcend displeasure into pleasure by dominating and controlling disorder. On the other hand, the feminine sublime does not overcome but sustains the feeling of displeasure, and in the process of feeling differences, it blurs the boundary between displeasure and pleasure. Jang Pa’s paintings, which involve the sense of touch in the process of perception, prevent the emotions that arise when facing the otherness of body fluids from being immediately defined as displeasure. This may be because tactile perception takes longer than visual perception, and the categories or aesthetic judgments on touch are not clearly defined. Jang Pa’s painting, which equates the sense of body fluids with the diverse colors and textures of paint, does not narrow the gap between heterogeneous sensations, but rather preserves and embraces these differences in a positive manner.
In Jang Pa’s paintings, the flat plane that maximizes the sense of material presence allows one not only to look at the painted bodies but also to sense the abjective texture. The senses embodied on the haptic plane create an opportunity for the viewer to stay with otherness and change. In this way, the subject undergoing ‘becoming-the other’ is ontologically reborn. Unlike the modern subject of vision who tries to maintain purity, the responsive subject gives up its existing individuality and embraces the foreign. Consequently, the haptic flatness of painting is not just a helpless material condition, but plays a role in shaking the ideality of the modern visual system. Feminist artists, in critiquing binary value systems, examined the concept of the sublime as an aesthetic category and brought the female body to the front. Jang Pa has also explored the female body in that context, but tried not to follow suit. This is because feminist aesthetics limited the feminine sublime to the female body and materiality, resulting in the reduction to the ‘feminine’. Her paintings, which attempted to portray the female body in a grotesque way and infuse positivity into the negative emotions evoked by body fluids and menstrual blood, are often misunderstood as being based on essentialism. However, despite these risks, Jang Pa’s goal is to revitalize the ‘feminine sublime’ through the language of painting as well as to take an expanded view of essentialist/anti-essentialist contexts.
The Texture of the Sublime
Since 2011, Jang Pa has been working on a project that traces the context of ‘misogyny’ written into the female figures, based on collected images of women represented in ancient female sculptures and masterpieces from art history and distributed through mass media. This work reveals the process where gendered perspectives are naturalized, by showing that the figures of women are determined by the perspective from which women are viewed, and that the images again direct us to look at women that way. It also suggests the possibility that our will can create and change the figures of women, saying they are not historically determined. Halmang Series (2023-) is an extension of Women/Figure Series (2020) and Flat Hole Series (2022), to which this archival methodology is applied. This series is themed around ‘Mago Halmi’, Korea’s female creation myth before the Dangun myth, specifically focusing on the tale of Seolmundae Halmang of Jeju Island. Rather than the caricatured image of Seolmundae Halmang, but through the image of the Goddess of Creation before she degenerated into the Halmi tale, Jang Pa attempted to visually represent various aspects of women outside gender norms. Halmang Series visualizes the shape of Halmang, a mythical figure, as physically connected to the landscape of Jeju Island and treats the characteristics of color, which contain both spirituality and materiality, as a painting method that creates female subjectivity. It is necessary to pay attention to this because, as mentioned earlier, we can get a glimpse of the artist’s will to go beyond the limits of the feminine sublime that returns to the dichotomy and to renew it.
Halmang: The Beginning is a painting depicting the image of Halmang on two adjacent canvases. Halmang is painted symmetrically on each canvas, making it look as if one side is a real person and the other side is a reflection in a mirror. The left side is richly colored, while the right side is mainly expressed in gray shades. So, if the left figure is real, the right one can be seen as a colorless reflection, and if the right figure is real, the left one can be seen as a colored reflection. Since both paintings are drawn in almost the same composition as if they were flipped and replicated, the audience alternately looks at both sides to find differences between the two seemingly identical paintings, rather than recognizing them as one scene. In the oscillating gaze moving from side to side, the ‘color’ repeatedly lights up and dims. The color flickers like signals announcing their existence, and reveals itself through vibrations that cannot be grasped and fixed by the hand.
Jang Pa often says she paints with color. It can be said that color is light, since color is a specific wavelength of light. Also, the ‘color’ of paint can mean ‘light’ that is different from the immaterial light that has traditionally been the metaphor for enlightenment, reason, and spirit. This is because in the process of painting, color is the paint itself that can be touched, and the act of painting is the process of shaping the color dough called paint into a form, so to a painter, color is both light and material. When a painter applies paint to the canvas, they experience the liveliness and splendor of quantum moments where light is both a particle and a wave, every day. As seen in Jang Pa’s previous works portraying female bodies, in Halmang: The Beginning, her body is revealed as the lumpy paint itself. When Jang Pa paints, she rarely mixes the paints. Starting with applying a color on the canvas, she gradually forms shapes by using different colors on adjacent parts. Furthermore, because she leaves the physical properties of the paint without smoothly blending the boundaries where different colors of paint meet, the shape in the painting appears as if color pockets are crowded together. Jang Pa’s approach to painting, which can be described as respecting the power of paint, makes the colors feel like ‘material light’ rather than ‘immaterial light’ in her painting. The beautiful chunks of color become the Halmang’s cells, muscles, organs, arms, legs, head, hands, eyes, teeth, laughter, and facial expressions. Life forms resembling cells and microorganisms gathered at the tip of Halmang seem to nourish and make her grow like a tree.
The ‘material light’ embodied in paintings that Jang Pa is newly interweaving, relates the sense of sight with the sense of touch which were regarded as lowly senses. The sense of the body is woken up with shivering in the gut and skin, which occurs when looking at her paintings. And It is difficult to distinguish whether the sensations are triggered by vision or touch. Vision is no longer the ‘purely mental’ sense, separated from body-related senses such as touch, taste, and smell. If we look at Halmang: The Beginning again through vision combined with touch, we can finally notice that the ‘touch’ of the gray paint lights up vividly when the ‘color’ goes out in the picture on the right. This painting asks us to feel what is invisible in brightness and what is visible in darkness by intertwining vision and touch. Jang Pa’s paintings, which twist modern visuality and combine the physical sense of touch, are opaque. Her paintings tell nothing to those who wish to look safely from a distance. All they can see is a female monster expressed in bloody intestines and flashy colors. In the enjoyment of unfamiliar senses, objective understanding of the painting may be indefinitely delayed, but while looking at it, one feels the subtle stirrings of opaque emotions. Her works do not convince with plausible ethics, instead they bring out ethics based on emotions welling up from within.
“I think what Jang Pa has kicked out is slick ethics that seem appropriate and plausible. These ethics are rather unethical. Jang Pa ground up, destroyed, and calmly melted down the unethical and threw it into her works. The process is impossible without crying. That’s why I’m sad about Jang Pa’s work.”*****
Jang Pa has been concerned about the ethical representation of women. Tracing the context of representation of women through collected images allows us to reflect on the biases rooted throughout society and culture. She uses the assemblage style, arranging archive images and paintery expressions in harmony on a single picture plane, and this composition brings us to sensuous knowledge that is difficult to grasp by the acquisition of cultural anthropological information.
Jang Pa’s painting, which reveals the abjectivity of women without limiting it to disgusting corporeality, begins with an attitude that does not cover or objectify the pain of others with the artist’s interpretation. In Mama Series (2023), despite the bright red intestines filling the canvas, the disgust evoked by the subject matter is not easily felt due to the cheerful and lively expression. Rather than depicting the organs only with abjective emotions, she brings forth laughter by expressing them in a humorous and playful way, making people laugh. In some ways, Jang Pa’s playful drawings, which seem to be on the opposite side of seriousness and pain, can be confusing from the perspective of universal norms and ethics. However, we can laugh at the unfamiliarity of others when we do not judge based on normativity. The laughter that bursts out at this time opens a space that can accommodate others between triviality and sublimity.
As those who have drawn know, the desire to represent is divided by the awareness of the inherent violence within that desire. Jang Pa is also wary of the violence of representation and sensitively detects the splitting emotions that occur the moment she draws the other. Jang Pa removes the desire to be able to represent the other, instead delves into methods of painting that makes us aware of the presence of the other. The active use of symbols, metaphors, and allegories raises the expectation that the female-other can be represented, but this is only a blinder and ultimately proves that it cannot be perfectly represented. This antinomic painting method is the ethical attitude in Jang Pa’s painting that resists the violence of representation. Her works put the courage and the right in our hands to move toward a new form of life that protects the dignity of the other through the sensuous knowledge awakened by painting.
*David Michael Levin, “Vision, Representation, and Technology in Descartes,” Modernity and the Hegemony of Vision,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1993, pp. 63-74.
**Excerpt from Jang Pa’s note, 2017
***Nancy Jay, “Gender and Dichotomy,” Feminist Studies 7, no. 1, 1981, pp. 38-50.
****Excerpt from Jang Pa’s note, 2017
*****Lee Seonmi, Excerpt from a correspondence with Jang Pa in 2019. Lee Seonmi, Seonmi Lee majored in philosophy and art theory. She wrote the preface in Jang Pa’s first solo exhibition The Secret Room of Plants (2009) and the interview in the third solo exhibition The World Until Yesterday (2013), and co-edited Jang Pa’s book The Utterances of the Painter (2021, Still Images). She is a colleague and curator who has observed Jang Pa’s work for a long time.